1회용

1.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식도 중요한 행사이다. 영화제의 기간은 이미 지나갔고 그 기간동안의 어떠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잊고 가장 완벽한 마무리로써 끝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사실 폐막식에 대한 관심은 개막식보다 확실히 적지만 자원봉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개막식때 아쉬웠던 부분을 완벽하게 폐막식 행사를 하여 아쉬움을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개막식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게스트 분들의 하차에 문을 열어드리지 못한 것이다. 물론 레드카펫 앞에서 대기하는 행사 관계자 분들이 문을 열어주긴 하지만 보통 가장 상석이라고 하는 조수석 뒷 문만 열어드릴 뿐이었고 운전석 뒷문은 내가 열어드리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폐막식때에는 자신있게 내려 문을 열어드렸다. 이날 폐막식에선 뉴커런츠 부문의 수상을 심사위원 분들이 발표를 하는 행사 등의 행사가 있었다. 본래 폐막작까지 감상하고 행사가 끝이 나지만 심사위원 분들은 미리 폐막작을 보아서 폐막식 후 식사를 하러 갔다. (닭찜 먹은 기억이 난다.) 



▲ 왜찍었는지 모르겠다.


▲ 주행 가능 거리를 찍은 사진인듯. 기름이 간당간당했다.



2. 뉴커런츠 심사위원.

앞서 포스팅에서 밝혔듯, 뉴커런츠 심사위원 분들은 총 네분으로, 샤를 테송, 스캇 파운더스, 아오야마 신지, 락샨 바니에테마드라는 영화 관계자 분들이셨다. 한분씩 소개를 하면,


▲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 : 락샨 감독, 샤를테송, 아오야마 신지감독, 스캇 파운더스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한 유레카의 감독님이시다. 최근 도모구이라는 작품을 만드셨는데, 도모구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하였다. 나는 좋은 기회를 얻어 본 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을 옆에서 모신 결과 대단히 소박하시고 사람 좋은 그런 옆집 아저씨 느낌이 들었다. 일본인의 성향도 가지고 계셔 타인에게 폐를 끼치거나 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듯 했다. 어쨌든 신지 감독님 덕분에 재미있는 의전을 했다.

락샨 감독님은 이란의 여성 감독님이시다. 함께 일을 했던 스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님이라고 하시는데, 영화 문외한인 나는 잘 모르겠다. 인상은 그냥 우리 할머니 같은 느낌.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무릎이 안좋으셔서 차량의 동선을 최소화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성격도 좋으셔서 나에게 이란 담배를 2갑 선물해 주시기도 하셨다. 

샤를 테송은 프랑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집행위원장이다. 대학의 교수이시기도 하고. 본 영화제에서 개막식날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하시기도 했는데, 한국 영화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으시고 애정을 가지신 분이라고 했다. 키도 크시고 인상이 좋으신 분이시다. 키가 크니까 파리지엥 느낌도 나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크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스캇 파운더스는 미국의 버라이어티라는 영화 잡지의 수석 평론가이다. 확실히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대화나 말투 등에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개구쟁이같은 느낌으로 말을 한다면 스캇 파운더스는 확실히 귀족스러운 말투 어감을 사용하더라. 그리고 고급스러운 유머를 구사하기도 했는데 조야한 영어실력으로 몇개는 듣기도 했다. 



3. VIP 의전의 아쉬움과 아쉬움의 아쉬움.

아쉬움 :  처음 VIP 의전으로 뉴커런츠 심사위원을 모신다고 들었을 때, 첫번째 아쉬움을 느꼈다. 사전 교육에서 VIP를 하기 싫다고 말할 걸 그랬나, 혹은 조금 덜 까불어서 눈에 띄지 않을걸 그랬나 하는 따위의. 솔직히 나는 뉴커런츠 심사위원 분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저명한 분들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당장 누가 들어도 알만한 배우나 감독을 태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제의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러한 생각은 한번쯤 하지 않을까? 내 자신의 속물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초반에 맥이 빠진건 사실이다. 누가 영화제에서 누구를 모셨냐고 물어보면 구구절절 설명해야하거나 걍 외국인 분들을 태웠다고 하거나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기왕이면 누구나 알만한 사람 태우고 싶지 않을까. 이게 첫번째 아쉬움이었다.


아쉬움의 아쉬움 : 영화제를 하면서 게스트 분들을 모시며 점점 이 분들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아우라라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그냥 옆집 아저씨, 할머니 등으로 생각했던 분들이 진짜 VIP이고 중요한 게스트임을 느끼게 되더라. 영화를 전공하는 한국 학생들이 샤를 테송을 보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거나, 일본인이 아오야마 신지 감독님을 알아보곤 공손하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이나 쿠엔틴과 친구처럼 지내는 스캇을 본 것이나 락샨 감독님을 너무 보고 싶어 학교 수업도 빼먹고 영화제에 온 이란의 대학생 (부산의 대학교에서 유학을 온) 을 만난 것 등을 보지 않았더라도 내공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존경심이 생겼을 것 같다.

솔직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어떠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감이나 감명을 주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존경하게 만드는. 아쉬움의 아쉬움은 내가 왜 진작 VIP로써 최선을 다해 모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좀 더 진심을 다해서 모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내가 변하고 발전하는 기회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 락샨 감독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이란 담배. 그렇게 맛있진 않았던거같다. 그래도 잘폈습니다 감사히.



4. 출국

폐막식 다음날, 아오야마 신지 감독님이 오후 1시쯤, 락샨 감독님이 오후 4시쯤 출국 하셨다. (맞나 반대였나??) 마지막날의 감회는 정말 남달랐다. 아쉬움도 많이 남고 이제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하고 뭐 그랬다. 아오야마 감독님과 출국장에서 다정스러운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폐를 끼치기 싫어하시는 모습을 보며 일본인 다운 느낌을 받았지만 마지막에 편한 사이가 되어 다정한 사진을 찍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락샨 감독님은 나에게 자신의 손자 같다고 하시며 영화제 기간의 자원봉사에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감사한 것은 내가 아닌가. 이렇게 저명한 분들을 모신 영광과 더불어서, 사람의 겉모습이나 외모, 별것 아닌 명성 보다는 내면의 열정이나 내공으로써 타인을 감동시키는 것이 진정한 감동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점 등. 나도 나의 할머니를 보내는 느낌이 들었다. 



▲ 끝났다는 아쉬움에 찍은 마지막 차 사진. 내 차는 아니었지만 내 차처럼 닦고 하면서 탔다.



5. 영화제 이후

영화제를 통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고 또 헤어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고 가끔씩 만나기도 하고. 사실 산다는 것은 크게 대단한게 없다. 사람이 좋아서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는 것. 비록 영화제의 기간은 길었다고 하면 길었고 짧으면 짧았지만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추억이라는 것을 남기면서 말이다. 아쉬워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다만 나는 과거를 추억할 뿐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경험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1. 10월 7일부터 폐막식 전날까지

여기서부터 대충 쓰게되는 이유는, 6일까진 대충의 스케쥴 표를 가지고 있어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에는 스케쥴 표가 없기 때문이다. 스케쥴이 있는 것은 심사를 위한 영화를 보는 일정에 대한 것이고 그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전적으로 게스트의 개인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떤 예정 스케쥴을 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어 스케쥴 표가 없었다. 어쨌든 기억에 남는 일을 몇가지 나열해 보면,


2.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만남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밤 9시쯤 빨리 마친 적이 있다. 이날, 다른 스탭으로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제에 조용히 참석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격식을 차리는 것이 싫다고 하며 VIP로써 대접받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와 차량을 배차내지 못해서 호텔에 모실 차가 필요하다고 하여 내가 그 일을 하게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세계적인 감독. 그 사람을 바로 앞에서 보는 영광을 얻게 되어서 무척 떨리기도 하고 그랬던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온 쿠엔틴 감독은 배가 고프다고 하여, 레스토랑에 모시게 되었다. 단지 식사만 하신게 아니라 술도 곁들여 하였기 때문에, 무척 늦게 퇴근하게 되었지만 뭐 그렇게 싫진 않았다. 이날 기억에 나는 것은 쿠엔틴 감독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봉준호 감독이 찾아와 함께 식사를 했다. 두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 다음날엔 쿠엔틴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오픈 토크가 열렸다. 보고싶었는데. 아참. 오픈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분이 내가 모시던 스캇 파운더스라는 게스트였다.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사인. with love라고 적혀 있다. 내가 모신 게스트 외에 유일하게 받은 다른 게스트 사인. 뱃지에 받은 사인이라 차고 다녔더니 반 이상 지워지고 없다 지금은..



3.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

이전에도 말했지만 거의 매일 밤 파티가 열린다. 이 파티는 게스트 분들을 위한 행사인데, 안에서는 이 행사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따로 있다. 시간도 시간이고 무척 혼잡해서 통제가 완벽하지 않는데, 뭐 그런 소문이 돌았다. 뉴커런츠 운전 자원봉사자 애들이 파티에 들어와서 실내 흡연을 하고 음식을 마음데로 먹고 뭐 그랬단다. 근데 웃긴건 뭐냐면 나는 그날 그 행사에 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만약 다른 날에 내가 그 안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런 개념없는 짓을 하지도 않았고. 암튼 웃긴 일이었다.


4. 송정 밈 레스토랑

외국인 게스트와 한국인 게스트의 차이라고 할까. 정확히는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차이는 있다. 한국인 게스트 분들은 자신의 자원봉사자에게 밥을 사주거나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등 나름 한국의 정 비슷한 것이 있다. 한국인 게스트 분들을 모신 자원봉사자들은 의외로 그 분들과 식사나 술 등을 함께 했다고 한다. 내가 모신 게스트 분들은 외국인 분들이라 별로 그런게 없었다. 대신 좋았던 점은 자원봉사자의 업무와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나누어서 본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자의 개인 시간에 대해서 터치를 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운행을 요구하거나 하는 것이 없고 운전에 대해서 느리게 간다거나 운전을 못한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 한국인 게스트 분들 중에서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터치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식사를 얻어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송정 해수욕장 앞의 밈 레스토랑에서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밈 레스토랑의 주인 분께서는 영화제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며 비록 큰 규모가 아니라 영화제에 스폰을 할 수는 없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라도 한끼 대접해 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제에 맞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 받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그런 경치 좋고 인심 좋은 레스토랑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날씨는 정말 맑았고 기분도 맑은 좋은 경험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사장님




▲ 솔직히 조야한 블랙베리 카메라로는 경치를 담을 수가 없더라. 식사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5. 태풍

영화제 기간 중에 태풍이 왔다. 사실 운전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별로 힘들게 없었지만 셔틀버스 운영 같은 자원 봉사자들은 무척 고생했다고 들었다. 나같은 경우에도 이날은 고생을 좀 했는데, 게스트 분들이 쾌적하게 영화를 보고 일정을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한 이유 때문이다. 호텔에서 우산을 빌려 게스트 분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드리느라 속옷까지 젖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님께서 식사를 사주신 게 기억난다. 일본 영화 관계자 분들과 식사하시는 자리였는데, 보통 방해가 되지 않게 그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는데 그날은 태풍이 심해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본 감독님께서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이거 말고도 많은 추억이 있었는데 썰을 다 풀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싶다. 게스트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뭐.. 그래서 더 길게 쓰진 않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된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게스트 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게스트 분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