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1. 들어가며

솔직히 처음 이 연재물 비슷한걸 쓸때는 하루 하루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서 나오는 영화제 관련 참여기도 보통 그래서.. 나도 하루 하루에 대해서 어쩌고 저쩌고 감상을 쓰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별로 큰 추억이 없는게 문제였다. 뭐 일반 의전 했으면 누구를 태웠느니 누구를 봤느니 하는 걸 쓰겠는데 별로 그런게 없으니까. 



▲ 아마 날씨도 좋고 그래서 찍은 사진인듯. 우측 차량이 내 차량이었다.


2. 10월 4일 영화제 2일째

뉴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들의 일정은 단순하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것이다. 뉴커런츠 부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하루 3편 정도 영화를 보아야 한다. 그 영화 시간에 맞추어 영화관에 모시고, 또 식사 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거르지 않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첫날에는 뉴커런츠 부문을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에 대해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회견장에 따라가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대충 느끼게 되었다. 영화제를 통틀어 기자회견을 하는 게스트가 몇이나 될까. 내 기억으론 이렇게 대규모로 기자회견을 하는 게스트는 거의 뉴커런츠 츠 심사위원 뿐이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정지영 감독이 심사위원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 박근혜 정권의 입심이 있다는 소문(진짜 소문이었을 뿐, 정말 정지영 감독이 갑작스런 건강 악화 때문이었다. 만약 그러한 영향력 때문에 심사위원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조치한 것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매년마다 진보적 성향의 작품을 상영하는 부분도 막혔을 것이다.) 이 퍼진 이유에서인지 기자회견에서 아오야마 신지 감독에게 한 기자가 '천안함 프로젝트'의 영화 상영관 수에 대한 질문을 했다는 것이었다. 뭐 대충 떠올려 보면,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가 정부의 압력에 의해서 대규모 상영이 저지화 되어서 조기에 상영이 끝났다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었는데, 그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문제의식을 특출나게 잘 표현하는 영화라도 그 작품 자체가 상영되지 않고 하는 문제는 그 작품 자체 문제라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한다.[각주:1]  어쨌든 이러한 기자회견이 끝나고 게스트 분들은 영화를 보는데 모시는 것으로 일정이 대부분 끝이 났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밤에는 파티가 있었는데, 새벽쯤 되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이날 기억이 맞다면 밤에 파라다이스 호텔 쪽에 연애인들이 오는 행사가 있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되도록이면 안가고 싶었는데, 어떻게 가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 때는 개막식날 보다 더 개판이었다. 호텔은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차서, 차도 사람도 못움직이는 뭐 그런.. 고딴 날이었다. 나도 이날 덕분에 몇몇 연애인을 볼 수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사람은 클라라였다. 좋았다.



▲ 지옥 같았던 파라다이스 호텔 앞이 정리된 이후. 


3. 10월 5일 영화제 3일째

3일째 되는 날의 일정도 별 다를게 없었다. 영화 시간에 맞추어 게스트 분들을 모시고, 식사에 모시고, 밤에는 파티에 참석하고.. 이 날은 특이하게 빨리 퇴근할 수 있었는데, 게스트 분들이 묵는 호텔에서 파티가 열린 탓이었다. 그래서 뭐 이 날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


4. 10월 6일 영화제 4일째

이날은, 아침에 임권택 감독님과 샤를 테송의 아침 식사, 그리고 이후 일정을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이날에 기억나는 건, 사실 게스트 분들 일정 보다는 다른 것에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날 감시자들이었나 더 테러 라이브 였나.. 아무튼 둘중 하나가 야외 상영을 했고 GV(guest visit 으로 영화 관계자와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에서 연애인을 봤다는 거다. 코앞에서. 이때 봤던 사람들은, 아마 하정우 아니면 정우성, 한효주 였을 것 같다. 근데 무슨 영화였는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암튼 나는 저 사람들을 다 보긴 봤다. 좋긴 좋았다. 이날 밤에도 무슨 파티가 있었는데 무척 늦게 퇴근했던 것 같다. 한 새벽 4시 쯤??



▲ 차 사진 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제 내도록 차와만 함께 했기 때문이다. 외로움

  1. http://star.fnnews.com/news/index.html?no=237674 [본문으로]

1. BIFF의 개막식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개막식 행사이다. 가장 많은 유명인사들과 기자들, 뿐만아니라 일반 엄청나게 몰려오는 일반 시민분들. 세간의 이목이 이곳 영화의 전당으로 몰리는 날이다. 세상에 시작에 관련된 격언이나 명언이 지나치게 많으므로, 그 시작의 중요성은 더 이상 필력하지 않아도 족하다. 이날의 긴장감은 생각보다 짙기도 했다. 익히 이전 교육에서 개막식의 중요성이나 혼돈에 대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머리 속으로 몇번이고 연습해 왔던 행동을 그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이전에 사전근무를 다른 자원봉사자들보다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덜 긴장하기도 했다. 개막식 그리고 전날 등, 영화제에서 초청된 게스트,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석하는 게스트 등 많은 사람이 짧은 기간에 공항으로 몰린다. 이 날의 가장 큰 포인트는 운전이라는 특성의 포인트, 안전운전을 제외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한 장소로 의전을 행해야 하는 점이다. 어쨌거나 아침부터 공항으로 나가 끊임 없이 입국하는 게스트 분들을 태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는 VIP 였기 때문에 나의 게스트 분들만 모시면 되었으므로 다른 일반 의전보다 여유가 많았다. 이 날은 개막식의 행사 밖에 없으므로 게스트 분들을 호텔로 모시고, 필요하다면 (쇼핑이나 구경이 하고 싶다고 게스트 분들이 원하면) 근처에 모시며 개막식에 맞추어 레드카펫에 내려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날이었다.



▲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영화의 전당 사진출처 : 영화의 전당 공식 블로그



2. 나의 게스트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영화제이다. 칸느영화제나 여느 영화제처럼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같이 작품끼리 경쟁을 붙이는 영화제가 아니라 영화를 상영하고 그에 따라 게스트 분들과 일반 관객이 새롭고 좋은 영화를 함께 나누는 영화제이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경쟁부문이 있는데, 그 부문이 바로 뉴커런츠 부문이다. (물론 플래시 포워드라는 경쟁부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게스트 분들은 이런 경쟁부문의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 분들이었다. 원래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은 총 5명으로, 아오야마 신지 감독, 락샨 바니에테마드 감독, 스캇 파운더스, 샤를 테송, 정지영 감독이었는데 정지영 감독의 개인적 사정 (질병) 으로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 이 뉴커런츠 부문에 배정된 차량은 총 2대였다. 



▲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 분들. 좌측으로 아오야마 신지, 락샨 바니에테마드, 샤를 테송, 스캇 파운더스, 사진출처 :  스포츠 서울닷컴[각주:1]




3. 아침

전날에 락샨 감독님이 입국하셨고, 개막식 당일에는 나머지 세분이 입국하셨다. 내 기억이 맞다면 스캇 파운더스와 샤를 테송 이 두분이 먼저 입국하였고 이후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입국하였다. 나는 스캇 파운더스와 샤를 테송을 모시고 호텔로 향하였다.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김해공항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서부산IC 에서 사상까지 조금 막힌 탓에 조금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그것 외엔 큰 문제는 없었다. 개막식 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으므로 좀 쉬었다.

다만 다른 일반 의전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몰려드는 게스트 분들을 감당하기 위해 평균 3~4회 김해공항과 호텔을 왕복해야 하고 쉴 시간 없이 호텔과 개막식장을 또 그만큼 왕복하게 되는데, VIP는 정해진 게스트만 모시면 되었으니까 좀 편한 것도 있었다.



▲ 저녁에는 이 곳이 지옥으로 변한다. 



▲ 이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4. 개막식

개막식 시작이 저녁 6시인가 5시인가 뭐 그랬던거 같다. 영화의 전당은 개막식 인파들로 아침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하는데, 뭐랄까 개막식으로 사람들이 들떠 있는 기분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기분이다. 나도 들뜨기 시작한다. 드레스와 정장을 멋드러지게 입은 게스트 분들을 호텔 앞에서 태우고, 영화의 전당으로 출발했다. 퇴근 시간과 비슷해서 한 5키로도 안되는 거리에 의전 차량과 일반 차량이 뒤엉켜 정말 도로가 엉망진창이었다. 일반 관객들도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차량 - 사람이 뒤엉키는 그런 비슷한 광경이었다. 

정신 없이 차선에 끼어들고 레드카펫 앞에 섰을때, 문이 열리면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카메라는 연신 플래쉬를 터뜨리고. 정신이 없었다.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즐길 정도로 여유도 없었다. 밀려오는 차량에 부랴부랴 차를 공터로 옮기기 바빴을 뿐.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기도 하고 뭐 또 설레이기도 하고 그런다.

개막식, 개막작이 끝나는 동시에 게스트 분들은 호텔로 돌아가기 때문에 차량을 대기시켜놓고 게스트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1시간 가량 시간이 있는데, 사실 연애인들이 개인적으로 끌고 온 밴, 차량과 의전 차량이 함께 뒤엉켜서 정말 혼돈 그 자체였다. 뭐라 표현할 말이 없다. 이건.. 솔직히 겪어보지 않는 이상.. 어쨌든 그런 지옥을 뚫고 개막작이 끝난 이후 나의 게스트 분들을 모시고 호텔로 향했다. 




5. 뒷풀이

영화제의 밤은 어두워지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낮에는 기력없이 보내다가 밤만 되면 술도 진탕 마시고 혈기 왕성해진다. 영화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거의 매일 밤 영화인의 밤이 이어지는데, 해운대 광안리 근처의 클럽 등지에서 열리기도 하고 해운대의 호텔에서 열리기도 하고 뭐 그랬다. 개막식 날에도 당연히 그런 파티가 있었고, 게스트 분들을 행사장으로 모시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이때 VIP조의 단점을 알게 되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VIP는 그렇게 바쁜 순간은 없지만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고 운전을 해야 한다. 만약 게스트가 술을 진탕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언제 집에갈지 모른다. 정말로.. 어쨌든 첫날이라 그런지 생각 외로 빨리 게스트 분들이 호텔로 가셔서 퇴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시간도 한 새벽 2시였던걸로 기억한다.



  1. http://news.sportsseoul.com/read/photomovie/1247460.ht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