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요즘 엄청 이슈가 되는 이야기이죠. 군대에서 보급으로 지급하던 생필품을 없애고 대신 한달에 1830원을 지원하여, 그돈으로 병사에게 직접 생필품을 사게 한다는 육군의 새로운 보급방침입니다. 이 이야기는 군대 연초를 없애는 것과 함께 논의되어 온 사항이죠. 
  제가 2년동안 느끼고 나온 군대에서의 행정이란 어느 공공기관보다 빠르게 변하는 혁신의 공간입니다. 물론 이것이 좋은 의미에서의 혁신보다는 나쁜의미에서의 혁신일 경우가 많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나 그것은 어찌보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공공기관들이 저지르는 똑같은 일이니까 넘어가더라도, 사실 군대라는 곳이 정말 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곳에서의 행정은 정말 하루하루 틀리게 바뀌고 또 바뀝니다.
  가령 예로 들면 병사들의 피복이 많이 부족한 현실을 수정하여, 원래 동계 2벌 하계 1벌을 지급하던 방식에서 (여기에서 병사들은 동계 1벌을 A급이라고 하여 휴가때만 입는 전투복으로 아껴둡니다.) 동계 2벌 하계 2벌을 지급하고 활동복도 기존 하계 1벌을 2벌로 늘리는 등, 많이 바뀌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어찌보면 정말 다른 공공기관보다 의견수렴이 잘되고 행정또한 좋은쪽으로 쉽게 바뀌는 곳이 군대입니다만, 이번 생필품 값으로 1380원을 지급한다는 것은 좀 너무하다 싶기도 하죠.

  하지만 군대 안다녀 오신 분들은 모르는 얘기입니다. 옛날에 군대를 전역하신 분들도 잘 이해가 안되시는 겁니다. 최근에 군대를 전역한 분들은 아실겁니다. 군대에서 보급해주는 '세면백' 에서 부터 '세면비누' '세탁비누' '세탁기용 가루비누' '휴지' '면도날' '치약' '칫솔' 중에서 재대로 쓰는 거라곤 세면백, 휴지, 면도날, 치약, 칫솔 뿐입니다. 물론 이것도 나중에는 '사제물품' 이라고 해서 휴가때나 충성마트에서 자기가 쓰고 싶은 폼클렌징이나, 면도기, 치솔, 치약, 심지어 세면백 마저 사제로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옛날에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참 어이가 없으실겁니다. 이런거 쓰실 엄두도 못내셨겠지요. 하지만 지금 군대의 실상이 그렇습니다. 이등병때부터 폼클렌징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또 이것을 충성마트에서도 모두 팔기때문에 병사들도 큰 어려움 없이 월급으로 구매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제물품을 쓰면서 남는 보급품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육군 아무게 부대 내무실이나 화장실을 가시면 쓰지 못해서 쌓아놓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아니면 보급창고라도 가면 넘쳐납니다.
  왜 이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지요? 참 무조건적으로 육군의 탁상행정이라고만 몰아가는 것도 참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물론 1380원이라는 돈이 초등학생 1학년 하루 용돈도 안되는 돈임에는 틀림 없고 이 돈의 양은 너무 부족하다 생각되지만, 실제 육군의 내부 사정도 모르고 그냥 좋다고 공격만 하는 사람들과 신문사들을 보면서 이것만은 좀 알았으면 좋겠다 싶네요.

  저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육군의 병사의 생필품 직접 구매에 대해 찬성합니다. 저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 한 사람으로써 아무렇게 쓰여지고 버려지는 비누와 생필품들을 보면서 직접 구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저도 물론 보급품 거의 안썼구요. 이건 실제 일어나는 낭비를 줄이겠다는 육군의 계산이지 병사들을 이해못하고 말려 죽이겠다는 속샘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380원이라는 돈은 너무 적고 늘리면 괜찮지 않겠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