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봤다. 데이빗 핀쳐 감독의 영화는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고 숙면을 취해서) 하도 호평을 하길래 한번 봤다. 근데 역시나 실망하고 말았다. 데이빗 핀쳐 감독 영화는 정말 내스타일은 아닌듯.. 그저 일상적인 다큐맨터리 같은 느낌일 뿐 하고자 하는 내용을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더라. (혹은 와닿지 않더라) 와중에 현재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연평도 사건에 물밀듯이 터져나온 SNS의 문제점들을 보며, 아 데이빗 핀쳐 감독이 하고자 한 이야기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더라.

  SNS, 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기존의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가지는 폐쇠성의 한계를 깨는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크이다.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작성자의 의지를 단순히 읽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SNS는 그 방향성이 쌍방으로 흘러, 작성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어지고 작성자=독자 이며 독자 = 작성자인 형태가 발생한다. 이 SNS의 혁신을 일으킨 Facebook 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던 사람의 제작 과정을 그린 영화가 영화 소셜 네트워크이다. 이 영화는 그저 사실에 기반하여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내부적인 갈등이나 법적인 문제점들을 FACT에 기대어 영화적인 허구를 약간 가미한 영화로, 반전이나 멜로도 없고 잔잔하게 흐르다가 우리가 알고있는데로 끝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볼때 포찰할 수 없었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SNS가 가지는 함정을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SNS는 언제 어디서나 남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덕분에 무분별한 유언비어나 헛소리가 쉽게 퍼지고, 또 아는 사람을 통해 (혹은 팔로잉 중인 사람을 통해) 전해 받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 보다 더욱 더 신뢰가 간다. 또한 마음 속에서 담아두던 생각들을 남들과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속마음이 누구에게나 공개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말하고자 하는 문제는 이런 문제와는 다르다. 결정적으로, 소셜 네트워크는 SNS를 통한 대화가 현실의 대화를 죽인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쏟아져 나오는 트위터나 미투데이에서의 무개념녀 시리즈들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무개념녀를 한탄하기 보다는 SNS 서비스의 맹점이 격렬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은 자기 마음속에서 존재할 때 생각일 뿐이지, 그것이 SNS에서 글로 나타나면 그건 더이상 내 생각이 아니다. 남들에게 전하고 싶은 대화이다. 이 대화가 네트워크 상태에서 모두에게 전해지고, 그 대화가 개념이 없다면서 비난을 받는다면 그건 비난받는 이의 당연한 업보일 뿐. 실상 더 큰 문제는 소셜 네트워크가 현실의 대화를 죽이고, 단지 네트워크 상에서만의 힐난과 비난 그리고 다툼만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나가서 싸우거나 쟁취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비난받는 무개념녀들도, 그들 자신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실 대화가 죽어버린 그들의 현 상황에서 왜 우리가 슬퍼해야하고 노해야하는지를 전해 받거나 전해 들을 대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SNS는 혁신적이다. 혁신이 지나치면 혁명이 되기도 하고 구테타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것들에 대해 이용을 못할 망정 오히려 휘둘리게 되면 SNS의 구테타에 우리는, 지배받을 수 밖에 없다. 더 편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이전에, 더 옳은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