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 본 문서에는 드라마 '나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가급적 글을 읽지 마시길..

 

 

 

 

 

 

1. 서두

 

 

드라마 나인을 이제서야 봤습니다. 재미있는 드라마, 웰메이드 등 많은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상하게 케이블의 드라마는 챙겨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나인은, 생각 외로 무척 재미있는 드라마였으며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결말을 보고 나서는 쉽사리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더 생각이 복잡해지고 말았지요. 그래서 나인에 대한 결말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해석이 없기에 이렇게 제 블로그에 나마 나름의 결론을 내보고자 합니다.

 

 

2. 결말의 해석

 

 

 2-1. '작은 선우' '큰 선우' 로 나누는 결말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결말 해석으로, 큰 선우를, 과거로 돌아가 죽어버린 선우로, 작은 선우는 그 과거에 존재했던 선우로 나누어 해석하는 결말입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향을 통해서, 큰 선우가 과거의 작은 선우를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되는데, 이 해석에 따르면 결국 큰 선우는 작은 선우의 미래를 바꾸는데 성공을 하게 되고 (이를테면 뇌종양 같은 것) 결국 해피엔딩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회에서 보면 가장 나중의 사건으로 선우와 여주인공 (이름이 기억안나네요) 의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데, 결국 작은 선우는 그 여주인공과 결혼을 하게 되겠지요. (모든 것은 제자리로)

 

 

 

하지만 이 해석에는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작은 선우와 큰 선우를 나누어 본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큰 선우가 향초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형의 죽음 때문이었으나 큰 선우가 바꾸어버린 과거에서는 형이 죽지 않고 잘 회계하여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선우는 향을 구할 수 조차 없었을 것이지요. 물론 작은 선우와 큰 선우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혹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한다면 이 해석법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과거로 돌아가서 죽어버린 큰 선우는 작은 선우와 동일 인물이며 이 양자를 나누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과거는 나도 모르게 또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고 내가 거쳐온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써놓고도 무슨 말을 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해석법은 과거 여행을 하는 영화나 매체의 시나리오가 항상 주는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따위에 비견할 수 있습니다. 큰 선우가 과거로 돌아가 죽어버린다면, 작은 선우 또한 과거로 돌아가 죽어버려야 마땅합니다. 큰 선우가 죽는 장면 때문에 지나치게 내용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바뀌어버렸습니다. 애초에 큰 선우가 살아 있었다면 이 해석법도 나름 일리가 있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내용 상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전제를 하더라도 앞으로 제가 내릴 결말의 해석 덕분에 이 해석은 신빙성을 잃게 됩니다.

 

 

 2-2.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

 

 

 

 

드라마의 가장 첫 시작 부분에서, 형이 히말라야에서 쓰러진 순간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춥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드라마 말미에 다시 등장하여 그 그림자의 주인이 등장하는데, 선우가 나타나서 형을 구하지요. 이 장면에 대해서 해석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이 마지막 장면 이전에 네팔로 떠나는 주인공 선우 (앞서의 작은 선우) 가 형을 구하는 장면이라는 것과 네팔로 찾아갔을 때 형은 향을 구하기 위해 죽어버렸고 큰 선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것을 이용하여 과거를 바꾸려기보다 10년을 더 기다려 형이 산에 죽을 때 형을 구하는데 향을 사용한다는 것이죠.

 

저는 처음 비행기를 타는 장면을 보았을 때에 결국 작은 선우는 큰 선우의 조언을 '나라면 이럴때일수록 단순하고 명료하게 생각하겠다. 믿고싶은 판타지는 믿고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면 된다.' 라고 다짐하며 그저 자신이 행동하고 싶은데로 행동하여 결국 1화로 이어지는 마치 '창세기전' 처럼 뫼비우스 띄 처럼 계속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장면을 다시 보면서 이런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더군요. 어쨌거나 무엇인가 얘기하고 싶어 이 장면을 사용했다면, 똑같은 삶을 영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생각은 접게 되었죠.

 

어쨌거나 마지막 장면의 2가지 해석 중에서 10년 더 기다려 향을 사용한다는 것이 조금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해석에도 대단한 맹점이 있습니다. 이 해석이 맞다면 형은 히말라야에서 죽어야 하는데, 분명 큰 선우의 현실의 결혼식에서 형은 살아 있습니다. 물론 이 장면도 결국 10년 후의 선우가 형을 구했기 때문에 살아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거나 저는 이 부분에서 더 이상 내용을 유추해 내기 힘들었습니다. 머리의 한계인지..

 

 

3. 저의 나인 결말 해석

 

 

 

 

우선 첫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화에서 선우는 형의 유품인 향을 피우고 호텔에서 잠이 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잠이 든 선우는 어디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으나 (아마 히말라야인 것으로 보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눈이 쌓인 곳에 누워 있는 곳으로 이동됩니다. 그리고 향에 불이 꺼지고 잠에서 깨어난 선우의 옷에는 눈이 묻어 있죠. 이 장면을 단순히 초반의 '실수'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실수가 아닌 장면이라면 향이라는 것이 과거로 돌아가게끔 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10년 전에는 해당 호텔 위치에 호텔이 존재하지 않고 눈이 쌓여있는 곳이었다 판단할 수 있겠지만 포카라 지역은 겨울이라고 하는 12,1,2월 최저기온이 1~10도 최고 기온은 20~25도 사이로 무척 따뜻한 곳인 문제가 있습니다. (http://airrock11.blog.me/90112477191)[각주:1] 즉, 제가 내린 결론은 향은 과거로 돌아가는 열쇠가 아니라 단순히 사람에게 환각을 일으키는 장치라는 것입니다. 왜 이런 얼토당토 하지 않은 결론을 내리냐면, 바로 이 첫번째 장면이 이후에 있는 장면들을 의심케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장면을, 단순히 제작진의 실수가 아닌 한에서 설명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선우는 뇌종양 때문에 발생한 환각이며 이후에 존재하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꾸는 것은 모두 허황된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선우는 향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장면에서부터 (친구에게 메일과 카드를 쓰는 장면) 뇌종양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하는, 선우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입니다.

 

 

4. 결론

 

사실 제가 내리는 결말 해석도 억지에 가깝습니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얘기를 듣고 있지만 중반 이후로부터 지나치게 이야기에 혼선을 주는 바람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잘만든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나 제가 제시하였던 문제점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하지요 그래서 저는 전부 의도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물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보신 분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재미있게 본 것은 사실이고 결말에 대해서 나름 고민도 되는 참으로 재미있었던 드라마 였습니다. 안보신 분들도 꼭 한번 보시고.. 아참 보신 분들만 보라고 했군요..

 

 

  1. 날씨 정보 참조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