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1. 10월 7일부터 폐막식 전날까지

여기서부터 대충 쓰게되는 이유는, 6일까진 대충의 스케쥴 표를 가지고 있어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에는 스케쥴 표가 없기 때문이다. 스케쥴이 있는 것은 심사를 위한 영화를 보는 일정에 대한 것이고 그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전적으로 게스트의 개인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떤 예정 스케쥴을 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어 스케쥴 표가 없었다. 어쨌든 기억에 남는 일을 몇가지 나열해 보면,


2.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만남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밤 9시쯤 빨리 마친 적이 있다. 이날, 다른 스탭으로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제에 조용히 참석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격식을 차리는 것이 싫다고 하며 VIP로써 대접받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와 차량을 배차내지 못해서 호텔에 모실 차가 필요하다고 하여 내가 그 일을 하게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세계적인 감독. 그 사람을 바로 앞에서 보는 영광을 얻게 되어서 무척 떨리기도 하고 그랬던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온 쿠엔틴 감독은 배가 고프다고 하여, 레스토랑에 모시게 되었다. 단지 식사만 하신게 아니라 술도 곁들여 하였기 때문에, 무척 늦게 퇴근하게 되었지만 뭐 그렇게 싫진 않았다. 이날 기억에 나는 것은 쿠엔틴 감독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봉준호 감독이 찾아와 함께 식사를 했다. 두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 다음날엔 쿠엔틴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오픈 토크가 열렸다. 보고싶었는데. 아참. 오픈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분이 내가 모시던 스캇 파운더스라는 게스트였다.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사인. with love라고 적혀 있다. 내가 모신 게스트 외에 유일하게 받은 다른 게스트 사인. 뱃지에 받은 사인이라 차고 다녔더니 반 이상 지워지고 없다 지금은..



3.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

이전에도 말했지만 거의 매일 밤 파티가 열린다. 이 파티는 게스트 분들을 위한 행사인데, 안에서는 이 행사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따로 있다. 시간도 시간이고 무척 혼잡해서 통제가 완벽하지 않는데, 뭐 그런 소문이 돌았다. 뉴커런츠 운전 자원봉사자 애들이 파티에 들어와서 실내 흡연을 하고 음식을 마음데로 먹고 뭐 그랬단다. 근데 웃긴건 뭐냐면 나는 그날 그 행사에 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만약 다른 날에 내가 그 안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런 개념없는 짓을 하지도 않았고. 암튼 웃긴 일이었다.


4. 송정 밈 레스토랑

외국인 게스트와 한국인 게스트의 차이라고 할까. 정확히는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차이는 있다. 한국인 게스트 분들은 자신의 자원봉사자에게 밥을 사주거나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등 나름 한국의 정 비슷한 것이 있다. 한국인 게스트 분들을 모신 자원봉사자들은 의외로 그 분들과 식사나 술 등을 함께 했다고 한다. 내가 모신 게스트 분들은 외국인 분들이라 별로 그런게 없었다. 대신 좋았던 점은 자원봉사자의 업무와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나누어서 본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자의 개인 시간에 대해서 터치를 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운행을 요구하거나 하는 것이 없고 운전에 대해서 느리게 간다거나 운전을 못한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 한국인 게스트 분들 중에서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터치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식사를 얻어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송정 해수욕장 앞의 밈 레스토랑에서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밈 레스토랑의 주인 분께서는 영화제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며 비록 큰 규모가 아니라 영화제에 스폰을 할 수는 없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라도 한끼 대접해 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제에 맞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 받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그런 경치 좋고 인심 좋은 레스토랑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날씨는 정말 맑았고 기분도 맑은 좋은 경험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사장님




▲ 솔직히 조야한 블랙베리 카메라로는 경치를 담을 수가 없더라. 식사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5. 태풍

영화제 기간 중에 태풍이 왔다. 사실 운전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별로 힘들게 없었지만 셔틀버스 운영 같은 자원 봉사자들은 무척 고생했다고 들었다. 나같은 경우에도 이날은 고생을 좀 했는데, 게스트 분들이 쾌적하게 영화를 보고 일정을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한 이유 때문이다. 호텔에서 우산을 빌려 게스트 분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드리느라 속옷까지 젖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님께서 식사를 사주신 게 기억난다. 일본 영화 관계자 분들과 식사하시는 자리였는데, 보통 방해가 되지 않게 그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는데 그날은 태풍이 심해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본 감독님께서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이거 말고도 많은 추억이 있었는데 썰을 다 풀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싶다. 게스트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뭐.. 그래서 더 길게 쓰진 않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된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게스트 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게스트 분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