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년초부터 나라가 들썩거린다. 또 좌빨과 수구꼴통의 싸움인가보다 싶었다. 참 사람들이 이기심으로 가득찬 것이, 편가르기가 보편적이다. 국민학교때 부터였을 거다. 이놈의 편가르기는... 1분단 2분단 3분단 으로 나누기도 하고 1조 2조 3조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는 선생들은 간절히 바란다. 서로 서로 경쟁하고 피터지게 싸우기를.. 그렇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머리로 싸운다. 공부로 싸운다. 그리고 때론 주먹으로도 싸웠다. 거기서 승리하는 강자와 약자의 약육강식, 누구는 반 아이들에게 피자를 돌린 탓에 반장이 되기도 하고, 누구는 단지 공부를 잘해서 반장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그런 지배자에게 지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워왔고,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을 그 누구도 반대하진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민주주의라 배웠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공산당이 무서운 것이고 민주주의는 밝고 건전하고 깨끗한 것인 줄만 알았다. 북한 공산당의 무서움만 배운 체 우리는 민주주의의 최대의 문제점과 단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체 어른이 되었다. 덕분에 드디어 그 거침없던 교육이 지금의 정치를 만들어 냈다.  참 괴물같은 정치다. 이것은 물 같던 바보같은 정치와는 차원이 틀리다. 머리는 더 똑똑하고 행동력은 거침없다. 괴물같은 정치에 괴물같은 정부다. 어찌보면 서로 끊임없는 반목과 상생을 반복해야 하는 정치와 정부가, 드디어 '키마이라' 같은 괴물로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나는 이번 미네르바 '사태' 를 지켜보면서 참 개탄을 금치 못한다. 미네르바라는 인물에 대한 개탄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개탄이다. 미네르바가 전문대니 무직자니 이런 얘기는 그저 언론에서 뿌리는 연막작전이다.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모두 미네르바에게서 왔다고. 어처구니가 없다. 스스로의 무능과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변명거리를 만들기에 급급하다. 그 변명거리로 들고나온 것이 미네르바다. 
  그렇다. 미네르바는 그저 정부의 무능에 대한 변명거리다. 그 변명거리에서 주연을 맡은 것이 미네르바이며 뒤에서 연출을 기획한 것은 바로 '조선중앙동아' 의 보수 언론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언론을 보면서 개탄을 할 지언정,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더러운 국회' '더러운 정부' 라고 욕만하면서 담배만 핀다.

  나는, 이런 정부, 이런 언론을 만들어 낸 것 중에 우리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검찰의 횡포에 그냥 꼼짝않고 '내 얘기가 아니니까.' 하고 넘어가고, 내가 나서봤자.. 하는 심리가 우리를 장악한다. 그래, 이것이 처음에 말했던 민주주의의 최대 문제점이다. 다수속에 속한 나는 스스로 다수의 의견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 하지 못한다. 아니 아예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어차피 그 군중의 소란속에 묻혀버릴 것을 알기때문에.
  또한 민주주의가 가지는 최대의 문제점은 '정치 무관심' 으로 시작된다. 맨날 싸우기만 하는 국회를 보고 하나의 난투극이 되어버린 정치를 보면서 우리는 이야기한다. '뽑을 놈 없고 뽑아봤자 좋은 놈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선거 하고 싶어도 뽑을 사람이 없어서 안한다'고.
  우리는 스스로 주인이기를 포기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라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우리의 목에 스스로 목줄을 매고서는 '먹고 자고 싸는' 생활에만 집중한다. 정부와 정치의 목에 걸려있던 목줄이 우리의 목으로 와 있는 것도 모른 체. '정치 무관심' 은 이렇게 무섭게 다가왔다. 우리는 이제 입막음을 강요당하고, 움직임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먹고 자고 싸는' 데 열중할 것이다.

  비단 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검찰의 문제만이 아니다. 언론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다. 이런 정부를 만들어낸 것도 우리임에 틀림 없고, 우리가 선택한 정부는 이런 검찰과 언론을 만들어 냈다.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수년에 걸쳐온 상처들이 이제 곪아서 썩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부와 언론과 정치와 우리 국민이 싸워야 할 시기는 지났다. 미네르바 '사태' 보다는 민주주의 국가가 드러내는 오늘날의 한계를 보면서,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물어야 한다. '상생(相生)'의 길을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대한민국' 이니까.